작가노트 &비평

낯설어진 공간- 레이어 스페이스

우리는 경험하지 못한 실재(實在)를 믿는다. 예를 들어, 가보지 못해도 파리의 에펠탑을 믿으며, 아프리카의 드넓은 초원을 믿는다. 누군가를 바다를, 누군가는 산을 믿는다. 그것은 글로, 사진으로, 그리고 미디어라는 매체를 통하여 마치 실재인 듯, 경험하지 못한 실재를 믿게 만든다. 그것은 때론 종교보다도 곧 강력한 믿음이며, 의심할 바 없는 현실로 간주되기도 한다. 종종 등장하는 아이의 이미지는 중간적인 매체로써 그 이미지를 여지없이 흡수하는 존재이다. 

 경험하지 못한 실제와, 기록이 된 실제의 결합은 문득 이 안락하고 익숙한 현실을 다시금 상기해야함을, 그러한 체험의 필요성을 느낀다. 그것은 곧 ‘낯설음’에 대한 필요성으로 귀결된다. 이렇듯 일상적 낯설음의 경험을 통한 감정은 본인의 작업에서 빛과 공간을 통해 이야기 된다. 

 빛으로 간직된 기억은 공간이 되며, 또 다른 기억이 겹쳐지기도 한다. 모네는 수련을 그림으로써 빛을 표현했다. 나는 현대의 빛은 무엇으로 표현될까 생각 하였고, 그 중 하나가 흔하게 영상이나 사진 따위를 투영하는데 쓰이는 빔 프로젝터의 빛을 모티브로 하였다. 

 빛으로 간직된 기억은 공간이 되며, 또 다른 기억이 겹쳐지기도 한다. 생략되고 단순화 된 실제의 공간에 더 실제인 듯한 가상의 공간이 겹쳐진다.

 일상적 공간 안에 빛을 표현한 이 작업은, 결국 빛과 공간을 통한 현실과 비현실의 모호한 경계이다. 경계의 표현, 중의적(layer)적 의미, 현실의 공간 사이에서 투영된 빛의 투사는 또 다른 공간을 만들어내고 겹쳐지며, 일상적 공간에서 또 다른 공간, 레이어 스페이스로 구현된다. 

나선미